알레르기의 4가지 종류와 대표적인 질환

알레르기는 우리 주변에 흔한 질환입니다. 봄이 되면 꽃가루에 의한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고, 우유나 계란, 생선 등에 알레르기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오늘은 알레르기를 병태생리에 따라 4가지 종류로 나누어 대표적인 질환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알레르기(Allergy)

알레르기는 그리스어에서 따온 단어입니다. allos(다른)와 ergo(작용)를 합친 말로, 다른 작용이라는 뜻입니다. 즉, '면역반응이 정상과 다르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면역반응이 달라지는 경우는 2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면역반응이 아예 일어나지 않는 면역결핍증의 상태로, 이 경우는 알레르기라고 하지 않습니다. 둘째는 면역반응이 과도하게 일어나는 상태로 과민증이라고 하며, 이 경우를 알레르기라고 부릅니다. 알레르기의 종류를 4가지로 나누어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제 I형 알레르기(anaphylaxis type)

제 I형 알레르기 반응에 관여하는 세포는 호염기구(basophil)와 비만세포(mast cell)입니다. 호염기구는 혈액 속을 순환하는데, 이것이 조직 내로 들어가면 비만세포라고 부릅니다. 호염기구와 비만세포는 세포막 표면에 IgE 항체와 결합할 수 있는 Fc 수용체가 있습니다. 호염기구와 비만세포에 IgE가 결합한 상태로 존재하다가 IgE에 항원이 결합하게 됩니다. 그러면 호염기구와 비만세포에서 히스타민(histamine), 류코트리엔(leukotriene) 등과 같은 화학 매개체를 방출합니다. 이로 인해 기도의 수축, 모세혈관의 확장, 모세혈관의 투과성 항진, 기도 점액의 분비 항진 등 생체반응이 일어납니다. 이러한 반응과정을 제 I형 알레르기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꽃가루나 집먼지 진드기 등이 알레르기 항원으로 작용합니다. 항원과 결합하여 증상이 빠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즉시형 알레르기,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 형 알레르기라고도 부릅니다.

여기에 속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기관지 천식(asthma), 아토피 피부염(atopic dermatitis), 두드러기(urticaria), 음식물 알레르기(food allergy), 알레르기 비염(allergic rhinitis),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 등이 있습니다.

제 II형 알레르기(cytotoxic type)

제 II형 알레르기는 세포나 조직에 항체가 결합하여 손상을 받는 상태를 말합니다. 기전을 살펴보면 우선 세포나 조직의 세포막에 IgG, IgM 항체가 결합합니다. 그러면 보체가 활성화되어 세포막에 구멍이 뚫고 세포 자체를 파괴합니다. 또 결합한 보체에 의해 세포가 대식세포에게 쉽게 탐식당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킬러(killer) 세포가 항체를 인식하고 다가와 세포를 공격해 파괴합니다. 이러한 과정으로 나타나는 제 II형 알레르기를 세포 손상형, 세포 융해형, 세포 독성형 알레르기라고도 부릅니다.

대표적인 질환을 보면 장기 특이적 자가면역 질환이 여기에 포함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가면역 용혈빈혈(AHA), 특발성 혈소판 감소 자색반(ITP), 만성 갑상샘염(하시모토 병), ABO 부적합 수혈에 의한 용혈빈혈, 수포성 유사천포창(bullous pemphigoid), 보통 천포창(pemphigus vulgaris), Rh인자 부적합 임신, Goodpasture 증후군 등이 포함됩니다.

제 III형 알레르기(immune complex type)

제 III형 알레르기는 항원과 항체가 결합한 면역 복합체(immune complex)에 의해 발생하는 반응입니다. 일반적으로 면역 복합체는 혈액을 따라 이동하다가 대식세포에 의해 처리됩니다. 하지만 면역 복합체가 처리되는 양보다 더 많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남은 면역 복합체들이 조직에 침착될 수 있습니다. 보통 콩팥에서 혈액을 여과하기 때문에 콩팥에 면역 복합체가 침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직에 침착한 면역 복합체는 보체를 활성화합니다. 보체는 세포막에 구멍을 뚫어 세포를 파괴하고, 호중구를 불러들입니다. 활성화된 호중구는 단백질 분해효소를 방출하여 세포를 손상시킵니다. 또한 보체는 호염기구와 비만세포를 불러들이고, 히스타민 같은 화학 매개체가 방출됩니다. 면역 복합체는 혈소판을 응집시켜서 국소적인 혈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허혈을 일으켜 조직이 괴사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속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막성 증식성 토리 콩팥염(membrane glomerulonephritis), 사슬알균 감염 후 급성 토리 콩팥염(poststreptococcal glomerulonephritis), 루푸스 콩팥염(Lupus nephritis), 만성 류머티즘 관절염(chronic rheumatoid arthritis), 결절 다발동맥염(polyarteritis nodosa), 혈청병(serum sickness), 알레르기성 육아종성 혈관염(allergic granulomatous vasculitis), 과민성 폐장염(hypersensitivity pneumonitis) 등이 있습니다.

제 IV형 알레르기(delayed cell-mediated type)

앞의 세 가지 형태의 알레르기는 항체가 관여하였으나, 제 IV형 알레르기는 항체와 관계가 없습니다. 제 IV형 알레르기 반응을 이용한 검사로 투베르쿨린(tuberculin) 반응 검사가 있습니다. BCG 예방접종을 받았거나 결핵균에 감염되었던 경우, 우리 몸에는 memory T세포가 남아서 결핵균이 침입했을 때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투베르쿨린 반응은 PPD 피내 주사를 통해 결핵균에 노출된 적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검사입니다. PPD는 결핵균을 배양하여 면역반응에 관계된 단백질만 뽑아놓은 것입니다. PPD를 피내에 주입하면 피부에 존재하는 랑게르한스(Langerhans) 세포가 PPD를 먹게 됩니다. 그리고 결핵균 항원을 제시하면 memory T세포가 반응하여 결핵균이 침입한 것으로 판단을 내립니다. 그로 인해 주변에 있는 대식세포가 활성화하여 각종 사이토카인이 분비하면, PPD 피내 주사를 맞은 부위가 빨갛게 부풀어 오르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제 IV형 알레르기 반응은 helper T세포와 대식세포에 의해 일어나는 세포 면역 반응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투베르쿨린 반응과 알레르기 접촉피부염(allergic contact dermatitis) 등이 있습니다.